top of page

공존과 화합을 말하는 작가 줄키피의 온라인 전시회

By: Sung-ah Hong

essay at https://www.jungle.co.kr, 2021-02-09

동남아시아의 대표적인 현대 미술관 탁수갤러리(TAKSU Gallery)는 신진작가들을 소개하고 현대 미술을 알리는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탁수갤러리 쿠알라룸푸르는 코로나19가 가져온 개인성과 집단의 위기 현상을 고찰하고 함께 사는 방식을 고민하고자 올해 첫 프로젝트로 줄키피 리(Zulkifli Lee) 작가의 단독 작품전 ‘Interdependence(상호의존)’을 열었다. 최근까지 런던 ACME 스튜디오에서 입주작가로 활동한 줄키피 작가는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 미술계에 영향력 있는 작가 중 한 명이다. 그는 상반된 재료를 활용한 조각과 대형 설치 작품을 선보인다. 서로 다른 물질에 주목한 그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나무와 강철을 소재로 사용해 개개인의 공존, 자연과 인간의 상생을 다뤘다. 그의 작품은 사람과 자연의 관계, 교감 그리고 공동체 등의 의미에 대해 곱씹어 보게 한다. ‘살과 뼈(Isi dan Kulit)’라는 뜻의 이 작품은 강철에 대리석을 벽돌 형태로 재단한 것이다. 강철과 대리석이라는 두 물질의 묘한 조화는 보완과 상호의존이라는 관계를 상징한다.<형태와 행동(Bentuk dan Kelakuan)>은 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의 전통놀이 총칵을 연상케 한다. 총칵은 나무로 만들어진 기다란 판에 뚫린 구멍에 구슬을 넣는 놀이다. 나무와 구슬이라는 소재가 모여 완전한 놀이가 완성되는 것처럼, 각각의 물질이 상생하는 순간을 작품으로 시각화했다.작가는 서로 다른 소재의 두 물질의 상호보완적인 모습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말한다. 나무는 깎아서 줄이는 과정을 거친다면, 강철은 다른 형태를 만들어가면서 더하는 상반된 작업이 필요했다. 상반된 작업과 서로 다른 차이가 만나 아름다움과 가치가 더해지는 작업을 통해 코로나19 이후 인류와 세상의 관계에 또 다른 물음을 던졌다.작가는 코로나19 이후 앞으로의 공존과 상생은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지를 묻는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물리적 거리가 멀어진 현재, 만남과 어울림, 인간과 자연의 관계에 대해 관객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는 것이다. 줄키피 작가는 “분열의 시대에 개개인을 받아들이고 타인에게 의존하는 모습은 약점이 아니라 강점이다”라며, “우리는 모두 상호의존적인 존재라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작품을 만들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bottom of page